2024년 3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기계식 주차장 철거공사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노동자 한 분이 지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그로부터 2년 5개월이 지난 2026년 8월 18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원청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죄 등의 혐의로, 사업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피의자가 구속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고 이후입니다. 원청은 노동청 조사에서 계약의 형태가 '공동수급'이므로,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는 '도급인'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원청이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었고, 그 업체가 다시 고인이 속한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류의 이름은 공동수급이었으나 일의 흐름은 도급이었다는 것입니다.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 계약의 명칭은 책임의 소재를 정하지 못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에게 의무를 묻습니다. 계약서의 제목을 바꾸어 책임을 덜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믿음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둘째, 사고 이후의 대응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리스크입니다. 사고는 과실의 영역에 머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대로라면, 사실과 다른 해명은 의도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위기 대응의 첫 원칙이 왜 정직이어야 하는지를 이 사건이 보여줍니다.
셋째, 위험은 하도급 단계를 따라 아래로 흐르지만 책임은 위로 거슬러 올라옵니다. 철거라는 고위험 공정, 재하도급, 그리고 그 맨 끝에 선 외국인 노동자. 원청이 현장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보고 있지 않았다면, 무엇을 관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보험의 자리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이나 기업중대사고 배상책임보험은 민사상 배상과 방어비용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과 벌금은 누구에게도 전가되지 않습니다. 보험은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체계가 작동한 뒤에도 남는 위험을 다루는 수단입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으며,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일입니다. 다만 기소 단계에서 이미 드러난 교훈은 있습니다. 책임을 나누는 계약서보다 위험을 줄이는 현장이 먼저라는, 오래되고 단순한 사실입니다.
출처: MBC 뉴스, 2026년 8월 18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