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부터 국내 금융권에서 해킹에 따른 정보유출이 잇따라 확인되었습니다. 피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로 번졌고, 금융당국은 7개사의 침해 사고에서 동일한 공격자의 IP를 여러 곳에서 확인했습니다. 조사와 수사는 진행 중이며, 이 글은 10월 9일 현재 보도된 내용에 근거합니다.
시작은 9월 30일 S은행에서 고객 약 2만 5,000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고였습니다. 이어 K은행에서 119명, H은행에서 89명의 정보가 유출되었고, B은행에서는 외주 개발직원 11명의 정보가 노출되었습니다. 2금융권에서는 Y저축은행 약 4만 건, H캐피탈의 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W저축은행의 법인고객 정보 유출이 확인되었습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대고객 서비스에 대한 영향이나 금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발견의 경위입니다. H캐피탈은 9월 27일 시작된 공격이 끝난 뒤, 금융보안원의 협조로 해킹 IP의 접근 이력을 확인하던 10월 2일에야 사고를 인지했습니다. 일부 금융사는 공격을 받은 뒤 금융보안원의 정보를 토대로 유출을 알아차렸습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올해 1월에도 같은 IP 일부의 비정상적 접근 시도가 있었던 것을 뒤늦게 파악했습니다. 스스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남이 알려준 주소를 대조해 보고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공격 IP 33개(중복 제외 28개)를 특정하고, 약 500개 금융회사에 공격 IP와 수법을 공유하며 12개 항목의 보안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경찰은 2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첫째, 공격 대상이 달랐습니다. 고객이 직접 쓰는 인터넷·모바일뱅킹보다 대출모집인 조회 서비스나 직원용 업무지원시스템이 주된 표적이 되었습니다. 정문은 견고했으나 쪽문이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둘째, 허점은 새롭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은 사고를 세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정보조회 서비스는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도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잘못 개발되어 있었습니다.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는 모바일 단말기 접근통제가 누락되었거나, 권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웹 취약점이 조치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 서비스는 이미 알려진 취약점을 통해 악성코드가 설치되고,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탈취되었습니다.
셋째, 달라진 것은 속도와 규모입니다. 공격자는 AI 도구를 활용해 다수 금융사를 상대로 대량의 자동화된 공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IP를 바꾸어 가며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보안업계에서는 중국어 기반 AI 침투테스트 도구의 흔적을 근거로 중국발 가능성을 제기하나, 금융당국은 공격 주체나 특정 국가와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IP는 여러 국가에 분산되어 있고 우회 접속 가능성이 있어 소재지만으로 주체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AI가 새로운 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래 열려 있던 문을 빠르게 찾아낸 것입니다. S은행은 2024년 인증 우회 취약점을 점검하고 조치했다고 공시했으나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반면 5대 은행이 모두 공격을 받았음에도 결과가 달랐던 까닭으로는 외곽 시스템의 인증과 접근권한 관리 방식이 지목됩니다. 피해를 가른 것은 첨단 장비가 아니라 기본기였습니다.
이번 사고는 금융회사만의 일이 아닙니다. 뚫린 곳은 대출모집인 조회 서비스였고, 유출된 것 가운데에는 모집인과 외주 개발직원의 정보가 있었습니다. 협력사는 공격의 통로이자 피해의 당사자입니다. 금융회사의 점검이 끝나면 그 다음 차례는 협력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째, 밖에서 보이는 자산의 목록부터 만드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 관리자 페이지, 테스트 서버, 금융회사와 연동된 조회 화면과 API를 빠짐없이 적고, 쓰지 않는 것은 닫아야 합니다. 목록에 없는 자산은 지킬 수도 없습니다.
둘째, 인증 없이 열리는 조회 경로를 없애야 합니다. 번호나 식별값만 넣으면 정보가 나오는 화면이 있는지 확인하고, 반복 조회를 제한하는 장치를 두어야 합니다. 자동화된 공격은 지치지 않고 값을 대입합니다.
셋째, 계정과 단말을 통제해야 합니다. 금융회사 시스템에 접속하는 계정은 공유하지 말고, 추가 인증을 적용하며, 퇴사자와 종료된 프로젝트의 계정은 즉시 회수해야 합니다.
넷째, 알려진 취약점은 미루지 말고 조치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이미 공개된 취약점이 통로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로그파일에 고객정보가 남지 않도록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보유한 정보를 줄여야 합니다. 업무가 끝난 고객정보와 주민등록번호는 파기해야 합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는 유출되지 않습니다.
여섯째, 사고가 났을 때의 절차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누가 판단하고, 어느 기관과 어느 거래처에 언제까지 알릴 것인지를 문서로 정리하고, 접속기록을 보관해 스스로 사고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수탁 계약서의 보안 조항과 통지 의무, 손해배상 조항도 다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보험도 점검 대상입니다. 개인정보 손해배상책임 보장 의무의 적용 대상인지 확인하고, 사이버보험이 사고 조사와 통지 비용, 배상책임을 어디까지 담보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다만 기본적인 보안 조치가 없는 기업은 인수 자체가 어렵거나 보상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보험은 보안의 대체물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입니다.
맺으며
수백억 원의 보안 예산을 쓰는 은행도 변두리의 작은 화면 하나에서 무너졌습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인증 없이 열리는 문이 몇 개나 있겠습니까. 공격자는 이미 그 문을 세고 있습니다.
참고: 2026년 10월 초 금융당국 발표 및 주요 언론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