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로 그 '작은 방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AI 시대에도, 사고의 시작점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최근 사이버보험사 Resilience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보고서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사이버 손실보험금 청구 중 85% 이상이 피싱, 소셜 엔지니어링, 송금 사기 등 '사람의 실수'를 악용한 공격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비중은 2024년 상반기 17.7%에 불과했는데, 불과 2년 만에 85.3%까지 치솟았습니다. 다섯 개 반기 통계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라고 하니,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물론 AI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보고서는 AI를 공격의 '파괴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합니다. 공격자들은 이메일 문구를 다듬고, 음성을 흉내 낸 딥페이크로 송금 승인 전화를 가로채는 등, AI를 활용해 소셜 엔지니어링을 한층 더 정교하게 다듬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는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로 작동한 랜섬웨어 공격 사례, AI가 단독으로 타사 시스템을 침해한 사례까지 처음으로 확인되었고, IBM 조사에서는 AI 기반 공격이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평균 유출 비용이 약 499만 달러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실제 손실은, 사람이 클릭 한 번을, 전화 한 통을, 이체 승인 한 번을 잘못 판단하면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AI는 위협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증폭기'일 뿐, 아직까지 결정적인 '방아쇠'는 사람이 당기고 있는 셈입니다.
손실의 구조도 함께 바뀌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랜섬웨어로 인한 갈취는 전체 청구 건수의 5.8%에 불과하지만, 발생 손실액으로는 73%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스템을 암호화한 뒤 복호화 키를 대가로 요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탈취해 다크웹 유출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데이터 유출 협박형'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 덕분에 청구 건당 평균 손실액은 2025년 상반기 78만 4천 달러에서 2026년 상반기 47만 달러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백업 체계가 견고해지고 에어갭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스템이 통째로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이 유출될 경우의 평판 리스크와 법적 책임은 여전히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는 점은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보험 프로그램, 이렇게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기술적 방어선 못지않게, '사람'을 겨냥한 통제 체계와 보험 담보의 정합성을 다시 살펴볼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 소셜 엔지니어링·송금 사기 담보 확인: 사이버배상책임보험(Cyber Liability) 약관상 피싱, 딥페이크를 이용한 송금 사기(Social Engineering Fraud, Funds Transfer Fraud)가 명시적으로 담보되는지, 별도 서브리밋이나 공제금액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 데이터 유출 협박(갈취) 대응 체계: 랜섬웨어 담보 안에서도 시스템 암호화형과 데이터 유출 협박형에 대한 대응 비용(포렌식, 협상, 통지 비용 등)이 균형 있게 설계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임직원 대상 훈련의 실효성 재점검: 딥페이크 음성, AI가 작성한 정교한 피싱 메일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의 형식적인 보안 교육이 실제 방어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벤더 리스크 비중 변화 참고: 최근 통계상 벤더발 손실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이는 언제든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협력사 보안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 유지하시길 권합니다.
날씨도 그렇지만, 리스크의 얼굴도 계속 바뀌어갑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마지막 문을 여는 것은 사람의 판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듯합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이번 통계에서 드러난 랜섬웨어 손실 구조 변화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컴플라이언스와 내부통제 관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