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불의 괴물'과 싸우는 중입니다
지난 7월 말, 프랑스와 스페인은 역대 최악의 산불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는 며칠 새 파리 면적의 몇 배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고, 스페인 마드리드 서쪽 아빌라 지역의 피해 규모는 스페인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두 나라를 합쳐 30만 명이 넘는 주민과 관광객이 긴급 대피했고, 스페인은 국가비상사태를, 프랑스는 군 병력까지 투입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것이 '일회성 재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산불이 채 진화되기도 전에 다시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찾아왔고,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아열대성 고온 건조한 공기가 화재 진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스페인 시민보호청장은 이 상황을 두고 "우리는 '불의 괴물'과 싸우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한 문장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기후 리스크의 얼굴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폭염과 산불, 이제는 '남의 나라 뉴스'가 아닙니다
담당자님께 이 소식을 전해드리는 이유는, 이 현상이 머잖아 전 세계적인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리스크 관리자의 시선으로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짚어야 할 지점이 보입니다.
1. 공급망 및 물류 리스크 남유럽의 도로 통제와 공항 운영 차질은 이미 국내 항공·물류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유럽에 생산기지나 물류 거점, 협력업체를 두고 계신 기업이라면 공급망 중단(Contingent Business Interruption) 리스크를 다시 점검해보실 시점입니다.
2. 재산 및 기업휴지 담보의 재해석 전통적으로 화재보험 언더라이팅은 특정 지역·계절의 통계에 기반해왔습니다. 그런데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화재 위험도의 지리적 경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장의 재산종합보험(Property All Risk)과 기업휴지보험(Business Interruption) 담보 조건, 특히 자연재해 관련 면책 및 한도를 재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3. 환경책임 및 배상책임 리스크 산불로 인한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인접 부지의 관리 주체나 사업장에 화재 발화·확산 책임이 제기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환경책임보험과 일반배상책임보험의 담보 범위를 함께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4. 기후리스크 공시와 D&O 지난 편지에서 다뤄드렸던 ESG 거버넌스 리스크와도 맞닿는 지점입니다. 기후 관련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에 대한 이사회의 대응과 공시 수준이 향후 주주대표소송이나 규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무엇을 점검하시면 좋을까요
- 해외 사업장·물류 거점의 소재지별 자연재해 익스포저 재평가
- 재산종합보험·기업휴지보험의 자연재해 관련 담보 한도 및 면책 조건 확인
- 핵심 협력업체의 공급망 중단 리스크 및 CBI 담보 여부 점검
- 기후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이사회 차원의 대응 체계 및 공시 준비 상황 점검
폭염과 산불 뉴스를 접하며, 저는 처서라는 절기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미리 읽고 준비하며 살아왔습니다. 리스크 관리도 결국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길이 국경을 넘어오기 전에, 우리도 미리 대비의 계절을 준비해야겠지요.
다음 편지에서는 이 기후 리스크가 국내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및 내부통제 체계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남은 여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