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태풍이 우리 주변국에 남긴 흔적과, 그로부터 다시 짚어보아야 할 자연재해 리스크 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태풍 '돌핀'이 남긴 국경 없는 피해
돌핀은 한반도는 비껴갔지만, 인근 국가들에는 결코 가벼운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태풍이 필리핀 책임구역 밖에 있었음에도 남서 계절풍을 자극해 케손시티 등 저지대에 허리 높이의 홍수가 발생했고, 정부는 수도권과 15개 주의 관공서·학교 수업을 중단시켰습니다.
대만에서는 외곽 밴드가 북부를 강타하며 타이베이에서 가로수와 비계, 공사장 펜스가 무너졌고, 대형 컨테이너가 쓰러지며 인명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180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되고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습니다.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돌핀은 저장성 위환시와 웨칭시에 두 차례 상륙할 당시 초속 42m의 강풍을 유지했고, 상하이와 저장성 일대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상하이 푸둥·훙차오 공항에서는 전체 항공편의 약 60%가 결항됐고, 1,500여 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습니다.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고속철 운행도 일부 중단됐습니다.
홍콩에서는 태풍 바깥의 가라앉는 뜨거운 공기 영향으로 오히려 역대 최고기온인 39.8도를 기록하는, 다소 역설적인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하나의 태풍이 남서 계절풍을 자극해 필리핀에 물난리를 내고, 대만의 공사 현장을 위협하고, 중국 동부 연안의 항공·물류망을 마비시키며, 결국 우리나라의 폭염 패턴에도 영향을 준 셈입니다. 태풍 한 개가 그린 궤적이 이렇게 넓습니다.
우리 기업에는 왜 중요한가 — 자연재해 리스크 관리 관점
한국 기업 입장에서 이번 태풍이 남긴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급망은 국경을 가리지 않습니다. 중국 저장성·상하이 일대는 국내 기업의 원부자재 조달처이자 물류 허브가 밀집한 지역입니다. 항공편 60% 결항, 고속철 운행 중단 같은 사태는 국내에 재산 피해가 전혀 없어도 우리 기업의 생산·납기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재산종합보험의 기업휴지손실(BI) 담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역으로, 공급업체 휴업 손실(CBI, Contingent Business Interruption) 담보 여부를 별도로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비껴갔다'는 안도감이 리스크 관리의 공백을 만듭니다. 이번처럼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은 해에는 자칫 자연재해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상청 통계상 앞으로도 유사한 경로의 태풍이 반복될 가능성은 열려 있고, 여름철 차량 화재 역시 평소보다 10~20%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재산종합보험의 자연재해 특별약관 한도와 디덕터블(공제금액)은 최소 연 1회, 태풍철 진입 전에 재점검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셋째, 해외 사업장·현장이 있다면 CAR/EAR 보험의 홍수·태풍 담보를 다시 확인하십시오. 대만·중국에 진출한 국내 건설·제조 현장의 경우, 공사보험(CAR)·조립보험(EAR)의 자연재해 담보 한도와 함께 공기 지연에 따른 DSU/ALoP(공사기간연장 손실보상) 담보 가입 여부가 실질적인 재무 방어선이 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재산종합보험 자연재해 담보 한도·디덕터블 최신 사업장 기준으로 재확인
- 해외 조달처·물류 거점의 CBI(공급업체 휴업손실) 담보 편입 여부 점검
- 해외 현장 CAR/EAR 보험의 태풍·홍수 담보 및 DSU/ALoP 특약 확인
- 원부자재 대체 조달처 사전 확보 및 비상 물류 경로(BCP) 최신화
마치며
태풍은 지나갔지만, 그 궤적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 회사의 리스크는 국경 안에서만 관리되고 있는가?"
다음 편지에서는 이번 태풍철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급망 리스크 관리 사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늘 그렇듯, 날씨는 지나가도 대비는 남습니다. 편안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