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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일 토요일

사고는 줄었는데 청구서는 커졌다: 2026년 하반기 건설·엔지니어링 리스크

올해 상반기 통계는 다소 낯설게 다가옵니다. 산재 사고사망자는 253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고, 건설업은 105명으로 전년보다 33명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사고의 빈도는 낮아졌지만, 사고 한 건이 기업에 지우는 비용은 전혀 다른 수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 최대 리스크는 여전히 추락과 붕괴입니다

치명적 사고의 유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추락, 가설구조물과 흙막이 붕괴, 중장비 충돌·협착, 마감 공정의 화재와 밀폐공간 질식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12월 광주대표도서관 현장에서는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중 구조물이 무너져 하청 근로자 4명이 매몰되었습니다.

엔지니어링사가 주목하셔야 할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GTX-A 삼성역에서 승강장 기둥 80개의 주철근 약 178t 누락이 확인되었고, 서울시는 시공사 현대건설에 벌점 2.316점, 설계사 도화엔지니어링에 3점을 결정했습니다. 설계사가 시공사보다 높은 벌점을 받은 것입니다. 도화 측은 도면에 문제가 없었다며 이의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설계와 감리가 사고의 책임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시기는 지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규제: 형사처벌에서 과징금과 면허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0월 1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최근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액이 30억 원에 미치지 못하면 30억 원 범위 안에서 부과됩니다. 사망자 수는 동일 법인의 모든 사업장을 합산해 집계합니다. 영업정지가 반복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작업중지 범위도 확대됩니다. 시행 시기는 공포 6개월 후입니다.

부담 규모도 가볍지 않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 268억 원, 최근 3년간 연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22개 기업 전체로는 약 6,9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영업이익을 어느 연도 기준으로 산정할지는 법률에 규정되지 않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다음은 건설안전특별법입니다. 발주자, 시공자, 설계자, 감리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 전체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와 건축사까지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 최대 3% 과징금 대상이 됩니다. 지난 4월 공청회에서 업계는 중복 처벌을 이유로 과징금 규정 삭제를 건의했습니다. 6월 말 기준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부담을 덜어주는 조항도 있습니다. 공사기간 연장 요청 사유에 폭염·한파가 명시되었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가 확대되었습니다.

영업: 사고는 수주 기회를 잃게 합니다

첫째, 벌점입니다. 부실벌점은 공공공사 PQ 감점으로 이어집니다. 업계는 과거 PQ 1점 차이로 수주 가능성이 최대 57% 낮아진다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과징금은 한 번 납부하면 끝나지만, 감점은 이후 입찰마다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수주와 착공의 괴리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를 240조 8,000억 원(8.9% 증가)으로 전망했으나, 공사비 상승과 금융 부담으로 착공은 부진하고 수주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쌓이는데 매출로 전환되지 않는 구간에서는 공사비와 공기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셋째, 내부에서 비롯되는 리스크입니다. 불법하도급 제재와 신고포상 체계가 강화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근거도 새로 마련되었습니다.

인사이트

첫째, 리스크의 단위가 현장에서 법인으로 바뀌었습니다. 합산 집계 방식에서는 가장 취약한 현장 하나가 회사 전체의 부담을 결정합니다. 안전관리는 이제 현장소장의 업무를 넘어 재무와 경영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둘째, 과징금과 벌금은 통상 보험으로 전가하기 어렵습니다. 전가할 수 있는 영역은 배상책임, 방어비용,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입니다. 설계·감리의 책임이 법제에 편입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전문직업배상책임보험의 보상한도와 담보 범위부터 다시 점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시행까지 남은 약 6개월이 준비 기간입니다. 처벌이 강화된다고 사고가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 먼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남은 기간을 어디에 쓰실지 지금 정하셔야 합니다.

2026년 7월 25일 토요일

2026년 상반기 대형 건설사 중대재해 현황

1. 사고 사례

① P건설 — 신안산선 복선전철 3-2공구 (서울 관악구), 2026.6.9.
케이블 트레이 설치를 위한 개구부 확장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35세 노동자가 약 1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신안산선 공사현장에서 P건설 시공 구간의 사망사고로는 최근 1년여 사이 세 번째였습니다.

② D건설 —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2026.5.25.
현장 내 드럼(D-230202) 설비 내부 최하단부에서 작업자 1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망자는 사고 원인 확인을 위해 현장에 투입되었던 D건설 소속 안전관리자였으며, 밀폐공간 안전수칙 준수 여부가 조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③ H건설 — 같은 샤힌 프로젝트 PKG1 구간 (울산 울주군 온산읍), 2026.6.26.
지하 전선보호구조물 설치 구간에서 거푸집을 해체하던 협력업체 소속 54세 근로자가 약 1톤 규모의 토사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D건설 사고로부터 약 한 달 만에,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사망사고였습니다.

2. 법인의 손실

P건설

  • 서울관악지청이 케이블 트레이 설치작업 일체에 대해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고용노동부가 P건설 본사 및 전국 시공현장에 대한 기획감독에 착수했습니다.
  •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법 확인 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향후 행정처분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 이미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던 회사채 신용등급에 하향 압력이 가중되었습니다.

D건설

  •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현장 확인·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 사고 구역 일대 밀폐공간 작업이 전면 중단되어 이달 초에야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 애초 익월 준공 예정이던 공정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 고용노동부는 발주처(에쓰오일)와 시공 컨소시엄 전반의 안전관리체계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어, 조사 범위가 D건설 단독 사안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H건설

  •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지하 구조물 설치공사 일체에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를 표명했습니다.
  • 2026년 내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던 공정 일정에 지연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짧은 기간 두 건의 중대재해가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되면서, 노동부가 H건설을 대상으로 별도의 감독 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 사고 모두 수사·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로, 벌금이나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손실의 구체적 액수는 현재까지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3. 경영자 개인의 손실

  • P건설: 2025년 8월 연이은 중대재해 책임으로 물러난 전임 대표의 후임으로, '안전 역량 강화'를 명분 삼아 CSO 출신 사장이 취임했습니다. 취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같은 시공 구간에서 사고가 재발하면서, 취임 명분 자체가 흔들리는 리더십 위기에 놓였습니다.
  • H건설: 대표이사가 사고 이후 공개 사과를 표명했으나, 사과 이후 약 한 달 만에 같은 현장에서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발방지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 경영진에 대한 형사책임 적용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 D건설: 현재까지 확인된 범위에서는 대표이사 개인 차원의 공개 대응이나 인사조치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 세 회사 모두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재로서는 확정된 개인 벌과금·실형·손해배상 판결은 없습니다.

4. 리스크관리 인사이트

사고 원인의 특징
세 사고 모두 재해예방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기본 공정(개구부 작업, 밀폐공간 작업, 거푸집 해체)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D건설·H건설 사고는 같은 초대형 컨소시엄 현장(샤힌 프로젝트)에서 한 달 간격으로 반복되었고, P건설 사고 역시 같은 노선 공사에서 유형을 달리하며 되풀이되었습니다. 이는 개별 작업자의 부주의보다, 원·하청 간 위험정보 공유 체계와 현장 안전관리 체계 자체의 구조적 공백을 시사합니다.

예방 관점의 점검 포인트

  • 다수 시공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현장에서는 원청별 안전기준의 통일성과 상호 정보공유 체계를 우선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개구부·밀폐공간 등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작업유형에 대해서는 표준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공정 착수 전 필수 확인 절차로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고 직후 수립한 재발방지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일정 주기로 재점검하는 절차가 요구됩니다.

보험프로그램 점검 팁

  • 컨소시엄 시공 현장의 경우, 원청·시공사 간 배상책임 분담 구조가 보험 담보 범위와 실제로 일치하는지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 반복적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 대한 수사·기소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형사방어비용 특약 담보 여부와 한도를 점검할 시점입니다.
  • 작업중지명령에 따른 공기 지연 손실에 대비해, 건설공사보험(CAR) 상 공사지연비용 관련 특약의 보장 범위를 확인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26년 5월 9일 토요일

KPMG 2026 글로벌 건설산업 조사로 본 경영·안전 리스크

KPMG가 전 세계 인프라·건설 조직의 고위 경영진 375명을 조사한 결과, 건설산업의 향후 방향을 낙관한다는 응답은 71%였습니다. 2023년 조사의 66%보다 높아진 수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응답자 4명 중 3명(75%)은 12개월 전보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같거나 더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기업은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보고서의 원제가 '진보의 역설(The paradox of progress)'인 이유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역설을 경영 리스크와 안전 리스크의 관점에서 읽어 보겠습니다.

수요는 분명히 늘고 있습니다

향후 12~24개월 동안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분야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세그먼트에서 70~90%의 응답률이 나왔습니다. 수자원·유틸리티가 91%로 가장 높았고, 인프라 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발전이 각각 89%, 교통이 88%였습니다. 가장 낮은 오피스와 화석연료 발전도 73%였습니다. 정부 투자 확대, 에너지 전환 정책, 디지털 인프라 확산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경영 리스크: 일감은 있는데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기업이 조심스러워진 이유는 수주가 아니라 수행에 있습니다. 보고서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복잡성이 커지면서 실행 리스크가 높아지고, 자재 가격, 인건비, 기술 투자 비용이 함께 올라 비용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수치로 보면 응답자 3명 중 1명(33%)이 자재·장비 비용 상승과 자금 조달 제약을 가장 큰 과제로 꼽았습니다. 75%는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규제 부담도 무거워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90%는 고객이 지금보다 더 지속가능한 해결 방안을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철강, 시멘트 같은 고탄소 자재의 조달 단가를 끌어올리고, ESG 공시 의무가 조달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보고서가 짚은 부분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인식과 대응의 간격입니다. 향후 12개월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꼽은 응답은 75%, 시장 확장과 고객 중심 전략은 72%, 기술과 혁신은 61%였습니다. 리스크 및 회복탄력성 관리는 53%로 네 항목 중 가장 낮았습니다.

실행 수단에서도 같은 양상이 보입니다. 강화하고 있는 요소로 인재(76%), 디지털 시스템(68%), 혁신적 사업 수행 방식(61%)이 앞섰고, 공급망 관리는 37%에 그쳤습니다. 공급망 리스크가 커졌다는 응답의 절반 수준입니다. 공급망 리스크를 디지털로 모니터링하는 조직은 40%, 공급망 매핑 도구를 도입한 조직은 17%였습니다. 기술을 리스크 평가에 쓰는 조직도 42%에 머물렀습니다.

안전 리스크: 숫자는 없지만 조건은 드러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재해율이나 사고 건수 같은 안전 통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안전 리스크를 좌우하는 조건은 인력, 규제, 기술의 세 군데에서 읽힙니다.

첫 번째는 인력입니다. 응답자의 55%가 숙련 인력 부족과 관리·기술 역량의 공백을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전체 인력 중 직접 고용 비중은 46%였고, 70%는 임시직이나 프리랜서 같은 비상시 인력에 계속 의존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숙련도가 낮고 소속이 제각각인 인력이 더 크고 복잡한 현장에 투입된다는 뜻입니다. 82%가 교육·훈련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것도 이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규제입니다. 보고서는 규제와 지속가능성 요구가 확대되면서 근로, 토지, 건축 관련 의무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정리합니다. 근로자 안전은 이제 현장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규제 준수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기술입니다. 보고서는 로봇과 연결 기술로 현장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모듈러와 프리패브 공법으로 작업을 공장으로 옮기며, IoT와 예측 분석으로 자산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응답 조직의 절반 이상은 오프사이트 건설이 5년 안에 표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위험한 현장 작업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므로 안전 측면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안전 위험 예측 같은 기술에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을 도입이 더딘 이유로 듭니다.

기업이 읽어야 할 것

첫째, 건설업의 리스크는 수주 단계보다 수행 단계에 쌓이고 있습니다. 보고서가 국내 건설사의 과제로 선별적 수주와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해외 수주 환경의 변화와 국내 부동산 경기의 변동성을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리스크를 인식하는 것과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공급망 리스크가 커졌다는 응답은 75%인데 공급망 관리를 강화한다는 응답은 37%입니다. 자재 수급 차질과 협력업체 부실은 공기 지연과 원가 초과로 곧바로 이어지므로, 협력업체 현황 파악과 계약상 책임 분담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안전은 인력 구조의 문제입니다. 직접 고용이 절반에 못 미치고 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교육, 현장 통제, 하도급 관리가 안전 수준을 정합니다. 국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현장 사고가 경영책임자의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과 건설공사보험의 담보 범위와 한도를 수주 규모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도 있습니다.

전망이 밝다는 것과 사업이 안전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대형 건설공사 중대재해의 반복, 경영자의 책임으로

건설업계는 매년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기술적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형 건설공사 현장의 중대재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주요 대형 건설현장의 사고 사례를 심층적으로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와 향후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나아가야 할 인사이트를 상세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경기 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사례의 경우, 세종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 구간에서 교량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작업자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로 기록되었습니다. 해당 사고의 정밀 조사 결과, 교량을 받치는 가설 구조물의 지지 상태가 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할 만큼 불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가해지는 수직 및 수평 하중에 대한 역학적 검토가 미흡했고, 시공 단계에서의 실시간 변위 계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형 토목공사에서 공기 단축을 위해 기초적인 가설 공정을 소홀히 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공학적 실패 사례입니다.

부산 기장군 리조트 신축 현장 대형 화재 사고는 대규모 건축 현장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리조트 신축 공사 현장의 하층부에서 진행되던 용접 및 용단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인근에 적재되어 있던 우레탄폼과 단열재 등 가연성 자재에 튀면서 순식간에 화재가 확산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상층부에서 마감 작업을 하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화재 감시인이 지정되어 있었으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소화 기구의 배치나 작업 구역 분리 등 기본적인 화재 예방 수칙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대형 현장에서 공정 간 간섭과 위험 요인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할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극명하게 입증한 사례입니다.

경기 광명 지하철 터널 붕괴 사고는 수도권 광역철도망 구축을 위한 신안산선 지하철 공사 구간에서 발생하였습니다. 터널 내부 구조물이 갑작스럽게 붕괴되면서 하부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매몰되어 사망했습니다. 해당 구간은 사전 지질 조사에서 연약 지반으로 분류되어 철저한 보강 공사가 선행되어야 했으나, 무리하게 굴착 공정을 강행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더욱이 사고 발생 수일 전부터 지하수 유출과 막장면의 미세 균열 등 붕괴 징후가 포착되어 현장 안전점검에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주체들이 이를 묵인하고 작업을 지속한 정황이 밝혀져 인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2025년의 아픈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첫 번째로 도출되는 인사이트는 재래형 사고의 반복과 기본 수칙의 부재입니다. 첨단 스마트 안전 장비와 AI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현장에 도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발생하는 대형 사고의 상당수는 붕괴, 화재, 추락 등 지극히 기본적인 안전 조치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화려한 기술 도입보다 현장의 가장 기초적인 공학적 안정성 검토와 수칙 준수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두 번째로는 도급 및 외주화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 및 공공기관 발주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의 절대다수가 수급업체나 외주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구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청사가 구축한 엄격한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하도급 단계의 실질적인 작업 환경까지 유기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단절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원청의 책임을 단순히 서류상의 서명이나 관리 감독 형태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하청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밀착형 관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제적 위험성 평가의 내실화와 실질적인 작업중지권 보장이 필요합니다. 지반 약화나 구조물 변형, 가연성 물질의 혼재 등은 시공 전후의 정밀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충분히 예측하고 통제 가능한 영역입니다. 정형화된 서류 작성용 위험성 평가에서 벗어나, 당일 작업의 위험 요소를 현장 근로자가 명확히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근로자가 이상 징후를 감지했을 때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즉각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제도로서 완벽히 기능할 때 비로소 대형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안전은 타협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