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통계는 다소 낯설게 다가옵니다. 산재 사고사망자는 253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고, 건설업은 105명으로 전년보다 33명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사고의 빈도는 낮아졌지만, 사고 한 건이 기업에 지우는 비용은 전혀 다른 수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 최대 리스크는 여전히 추락과 붕괴입니다
치명적 사고의 유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추락, 가설구조물과 흙막이 붕괴, 중장비 충돌·협착, 마감 공정의 화재와 밀폐공간 질식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12월 광주대표도서관 현장에서는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중 구조물이 무너져 하청 근로자 4명이 매몰되었습니다.
엔지니어링사가 주목하셔야 할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GTX-A 삼성역에서 승강장 기둥 80개의 주철근 약 178t 누락이 확인되었고, 서울시는 시공사 현대건설에 벌점 2.316점, 설계사 도화엔지니어링에 3점을 결정했습니다. 설계사가 시공사보다 높은 벌점을 받은 것입니다. 도화 측은 도면에 문제가 없었다며 이의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설계와 감리가 사고의 책임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시기는 지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규제: 형사처벌에서 과징금과 면허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0월 1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최근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액이 30억 원에 미치지 못하면 30억 원 범위 안에서 부과됩니다. 사망자 수는 동일 법인의 모든 사업장을 합산해 집계합니다. 영업정지가 반복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작업중지 범위도 확대됩니다. 시행 시기는 공포 6개월 후입니다.
부담 규모도 가볍지 않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 268억 원, 최근 3년간 연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22개 기업 전체로는 약 6,9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영업이익을 어느 연도 기준으로 산정할지는 법률에 규정되지 않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다음은 건설안전특별법입니다. 발주자, 시공자, 설계자, 감리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 전체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와 건축사까지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 최대 3% 과징금 대상이 됩니다. 지난 4월 공청회에서 업계는 중복 처벌을 이유로 과징금 규정 삭제를 건의했습니다. 6월 말 기준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부담을 덜어주는 조항도 있습니다. 공사기간 연장 요청 사유에 폭염·한파가 명시되었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가 확대되었습니다.
영업: 사고는 수주 기회를 잃게 합니다
첫째, 벌점입니다. 부실벌점은 공공공사 PQ 감점으로 이어집니다. 업계는 과거 PQ 1점 차이로 수주 가능성이 최대 57% 낮아진다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과징금은 한 번 납부하면 끝나지만, 감점은 이후 입찰마다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수주와 착공의 괴리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를 240조 8,000억 원(8.9% 증가)으로 전망했으나, 공사비 상승과 금융 부담으로 착공은 부진하고 수주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쌓이는데 매출로 전환되지 않는 구간에서는 공사비와 공기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셋째, 내부에서 비롯되는 리스크입니다. 불법하도급 제재와 신고포상 체계가 강화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근거도 새로 마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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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리스크의 단위가 현장에서 법인으로 바뀌었습니다. 합산 집계 방식에서는 가장 취약한 현장 하나가 회사 전체의 부담을 결정합니다. 안전관리는 이제 현장소장의 업무를 넘어 재무와 경영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둘째, 과징금과 벌금은 통상 보험으로 전가하기 어렵습니다. 전가할 수 있는 영역은 배상책임, 방어비용,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입니다. 설계·감리의 책임이 법제에 편입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전문직업배상책임보험의 보상한도와 담보 범위부터 다시 점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시행까지 남은 약 6개월이 준비 기간입니다. 처벌이 강화된다고 사고가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 먼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남은 기간을 어디에 쓰실지 지금 정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