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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5일 토요일

반복 재해는 사전에, 계약은 실질로: 고용노동부 2026년 하반기 방침과 기업의 대응

고용노동부는 2026년 8월 4일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을 보고했습니다. 상반기 산재 사고사망자는 253명으로 전년 대비 11.8%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임금체불액도 9,248억 원으로 10.7% 감소했습니다. 정부는 이 감소세를 굳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과를 확인한 정책은 대개 강도를 늦추지 않습니다.

1. 주요 내용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최근 10년간 동일유형 재해가 반복된 183개 기업이 7월부터 밀착관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들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다시 발생하면 특별감독에 준하는 점검이 뒤따릅니다. 작업중지권 요건 완화와 원·하청 노사가 함께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확대도 연내 법 개정이 추진됩니다. 12월부터는 경기도 등 일부 지방정부가 소규모 사업장 노동감독에 나섭니다.

임금 분야에서는 퇴직급여 체불이 9월 18일부터, 임금 체불이 10월 8일부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상향되었습니다. 공공 건설업에만 적용되던 임금구분지급제는 2027년 1월 민간 건설업과 조선업으로 확대됩니다.

고용 형태와 관련해서는 약 869만 명의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가 12월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로드맵,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세대 상생형 정년연장도 같은 일정표 위에 놓여 있습니다.

2. 이번 방침의 특징

첫째, 표적이 '사고'에서 '반복'으로 옮겨갔습니다. 한 번의 사고는 불운으로 설명될 수 있으나, 같은 유형의 반복은 관리의 실패로 읽힙니다. 감독의 무게중심이 사후 제재에서 사전 밀착관리로 이동한 까닭입니다.

둘째, 형식보다 실질을 묻습니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기업이 반증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위탁이나 프리랜서라고 적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공동수급'을 주장한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셋째, 책임이 원청을 향합니다. 원·하청 공동 안전보건 체계, 임금구분지급제,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지침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넷째, 과제마다 시한이 붙어 있습니다. 상당수가 12월을 전후해 입법되거나 방안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지켜볼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3. 기업의 대응 방안

우선 과거 재해 이력을 유형별로 다시 살펴야 합니다. 재발방지대책이 문서로만 남아 있는지,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증빙을 갖추어 두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위탁, 도급, 프리랜서 인력의 실태를 조사해야 합니다. 업무 지시와 보고, 근태 관리, 전속성 등 실제 운영이 계약의 형식과 어긋난다면 계약을 고치거나 운영을 고쳐야 합니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임금과 근로시간의 기록 체계도 점검 대상입니다. 포괄임금 약정이 실제 근로시간과 맞는지, 연장·야간·휴일수당과 퇴직급여가 정확히 산정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법정형이 오른 만큼, 과거에는 합의로 끝나던 사안도 이제는 부담이 달라졌습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관리체계도 정비해야 합니다. 지방정부 감독이 시작되면 소규모 협력업체가 감독의 접점이 됩니다. 원청이 협력업체의 문제를 남의 일로 둘 수 있겠습니까.

끝으로 리스크 전가 수단의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이나 배상책임보험은 민사상 배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나, 체불임금과 벌금,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은 원칙적으로 보험이 대신하지 못합니다. 보험 프로그램의 담보 범위를 재점검하되, 그 전제는 관리체계의 실질이어야 합니다.

맺으며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국회 심의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향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반복을 허용하지 않고, 형식 뒤에 숨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제도가 확정된 뒤에 움직이는 기업과 방향을 읽고 먼저 정비하는 기업 사이의 차이는 내년에 드러날 것입니다.

참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용노동부 2026년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법률신문, 2026년 9월 3일


2026년 7월 18일 토요일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조직의 균열을 생각합니다

태풍 바비는 잘 견디셨는지요. 강풍과 비가 몰아칠 땐 눈에 보이는 피해에만 신경이 쏠리지만, 정작 태풍이 지나간 뒤에야 지붕의 실금이나 배수구의 막힘 같은, 미리 손봤어야 할 약한 지점들이 드러나곤 합니다. 조직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평소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던 팀이, 어느 순간 신고 한 건으로 그동안 쌓여 있던 균열을 드러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오늘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이것이 왜 결국 경영진의 책임 문제로 번지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신고는 늘고 있는데, 신고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동청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 6,373건으로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고, 5년 전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신고의 '내용'입니다. 팀 간식을 나누지 않았다거나 상사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는 식의 감정적 갈등은 물론, "보고서를 다시 보완해 오라"거나 "결론부터 말하라"는 정당한 업무 지시조차 괴롭힘으로 신고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신고들이 처리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개선 조치나 과태료, 송치로 이어진 건은 전체의 8.2%에 불과하고, 법 위반이 없다고 종결된 사건도 31%에 달합니다. 즉 상당수는 결과적으로 '괴롭힘이 아니었다'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되고 조사가 진행되는 그 과정 자체에서, 피신고인의 평판과 조직 내 신뢰는 이미 손상을 입습니다. 감독관 한 명이 수십 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현실에서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 위주로 결론이 나기도 하고, 정당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의 경계는 맥락에 따라 판단이 크게 갈립니다.

왜 이 문제가 경영진의 책임으로 이어질까요

여기서 리스크 관리 담당자로서 강조드리고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이슈는 더 이상 인사팀 선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용자(회사)에게는 법적으로 괴롭힘을 예방하고,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조치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피해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회사의 관리 체계 자체가 도마 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관리 체계를 설계하고 승인한 것은 결국 경영진입니다. 조사 절차가 미비했거나, 반복적인 신고에도 구조적 개선을 하지 않았거나, 조직문화 리스크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임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소송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주나 이해관계자가 조직문화 관리 실패를 이유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도 국내외에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즉, 개별 신고 한 건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왔는가"라는 시스템 전체가 심사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짚어보실 부분

몇 가지 점검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첫째, 신고·조사 프로세스의 문서화입니다. 접수부터 조사, 조치, 사후관리까지 각 단계가 명확히 기록되어야 합니다. 이는 향후 분쟁 발생 시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둘째, 외부 전문가 조사의 활용입니다. 사내 조사만으로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쉽습니다. 사안이 민감하거나 경영진이 관련된 경우일수록 외부 자문을 통한 조사가 리스크를 줄여줍니다.

셋째, 보험 커버리지 점검입니다. D&O(임원배상책임보험)는 조직문화 관리 실패로 인한 경영진 개인 책임을 방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여기에 더해 고용관행배상책임보험(EPLI, Employment Practices Liability Insurance)을 함께 검토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PLI는 괴롭힘, 차별, 부당해고 등 고용 관련 청구에 특화된 담보로, D&O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합니다. 두 담보의 경계와 중복 여부를 언더라이팅 단계에서 명확히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관리자 교육입니다. 정당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자체가 관리자에게는 리스크입니다. 구체적인 사례 기반 교육을 통해 관리자 스스로 리스크를 인지하도록 돕는 것이 사전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미리 점검해두지 않은 배수구가 뒤늦게 말썽을 부리듯, 조직문화 리스크도 평소에 정비해두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순간 큰 손실로 돌아옵니다.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다음 편지에서는 이 흐름과 이어지는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관련 담보 이슈를 다뤄보겠습니다.

늘 평안하시길 바라며,


한줄 인사이트

괴롭힘 신고의 8할은 '무혐의'로 끝나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손상된 신뢰와 평판은 소송으로 되돌아옵니다 — 조직문화 관리는 이제 인사 이슈가 아니라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과제입니다.